- 상습 먹튀 예방효과 높고, 자진해서 요금 들고 오는 경우도 있어…

PC방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먹튀’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소액심판제도’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한 PC방 업주의 주장이 많은 업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PC방 업주들은 결제거부 또는 도주로 인해 요금을 받지 못하는 일명 ‘먹튀’ 피해 경험이 다수 있으나,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해도 합의종용 후 훈방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요금을 받아내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현수막을 걸어 창피라도 주겠다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개인정보유출 등의 문제로 신원공개에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업주들의 불만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짐에 따라 먹튀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일정 지역을 돌며 상습적으로 먹튀 행위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지역 단위의 ‘먹튀 예방’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정도다.

이에 한 PC방 업주는 ‘소액심판제도’를 이용하면 요금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먹튀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심판제도는 소액채권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소송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민사소송을 대신해 대여금·물품대금·손해배상청구 등 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인 사건에 대해 소송을 간소화한 제도다. 특히 인지대가 소송청구액의 0.5%로 저렴하며, 2개월 정도면 결과가 나오고 상고권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소액심판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신원확인과 사건 발생의 사실관계 증빙이 필요하기 때문에 먹튀가 발생하면 필히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요금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경찰을 통해 먹튀의 신원을 확인하고, 민사 피해가 발생했음을 경찰을 통해 공증하기 위함이다. 경찰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일정기한 내에 요금을 가져오지 않으면 소액재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하는 것이다.

경찰이 입회하게 되면 신원확인이 확실해지고, 사실이 입증되기 때문에 소액재판이 수월해진다. 먹튀로서는 신원이 밝혀지고, 상고권도 없는 소송에서 패소가 명확한 만큼 통보한 기한 내에 요금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

먹튀가 도주한 경우는 조금 복잡해지지만 과정은 비슷하다. 우선 도주한 먹튀가 실행한 게임, PC의 IP, 접속기록을 확인한 후 사이버수사대에 소액소송을 위한 거주지확인을 요청한다. 금액이 크거나 절도물품이 있는 등의 경우라면 CCTV 자료도 확보해두면 좋다. 사이버수사대를 통해 게임사에서 이름과 연락처 혹은 거주지 등 신원이 확인되면 이를 토대로 소액소송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소액재판은 관할법원 민사과 소액계에 비치된 소액재판 소장서식용지에 해당사항을 기입하거나 임의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된다. 소장이 접수되면 즉시 변론기일을 지정하여 알려주고, 재판도 상고권 없이 단 1회로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법원에서 출석을 요구하였을 때 피고(먹튀)가 변론기일 내에 2회 이상 출석을 거부할 경우 자동으로 승소하게 된다. 때문에 업주는 모든 증거를 첫 재판일(변론기일)에 제출해야 한다.

재판은 재판장이 당사자 간에 조정을 붙이거나 결정으로 판결을 내리는데 경찰 입회로 사건 발생이 명확한 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업주가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상대(먹튀)가 결정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1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내지 않으면 법원의 결정고지는 업주가 강제 집행할 수 있다.

먹튀가 거주지불명이거나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마땅히 해결이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 지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는 먹튀에게는 일침을 가하고 상습적인 먹튀의 재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PC방 업주는 “아무리 간소화되어 있다고 해도 소를 제기한다는 것이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손 놓고 당하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먹튀를 방치하면 소문이 나는지 계속 늘어나더니 한두 번 소액소송을 진행하면서 먹튀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